
뉴스 타이틀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리본을 꺼내 양복깃에 달았다.
같은 조합원인 카메라맨들도 어떤 열기에 차 있는듯 했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내가 달고 있는 리본이 잘 보이도록
앵글을 잡느라 열심이었다.
부조정실로 난 창문을 통해 본 스튜디오 밖에는
어느 사이 노조의 집행부와 쟁대위원들이 달려와
진을 치고 있었다. 내가 리본을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사전 대비를 하는 것 같았다. 머리띠를 매고 줄지어 서서
스튜디오 문을 지키는 그들과 여러 사람이 질러대는 고함소리로
그날 MBC의 뉴스센터는 보기 드문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타이틀이 끝나고 광고방송도 끝나고 아홉시 시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후 그토록 나를 괴롭혀 온 리본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중략...
양심이란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올바른 자부심을 지키고,
또한 스스로의 자아에 대해서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라고 한것은 니이체이다. 나는 그가 정의한 양심을,
그날 밤 조금 흉내라도 낸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손석희 "풀종다리의 노래 / 세상에서 가장 무거웠던 리본 中"
'공정방송 쟁취'라는 위험한(?) 메세지를 적은 리본을 달고
9시 뉴스를 진행했던 그.
'거절할 명분이 없어' 참여했던 노조의 일로, 구치소 신세
까지 져야 했지만,
사진속 그는 자신의 양심을 타협하지 않았기에,웃을 수 있다.
진정한 자기 삶의 주인만이 가질수 있는 미소.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건, 그저 이데올로기나 신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양심의 소리를 좇는 일이다.
세상에 대한 타협으로 비굴하거나 치사해질 때마다
그리고 그 타협이 다른 누군가에 대한 반칙으로 귀결할 때마다,
답답하고 먹먹한 가슴으로, 꺼내어 읽는 저 소중한 구절은
머리가 쭈뼛해지는 감동 끝에 항상 내게 명령한다.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거기에 어떠한 고통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결국 그게 옳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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