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예수가 무조건적인 용서를 설파했다는 것이다.
'오른뺨을 떄리면 왼뺨도 갖다 대라'는 그의 말은
불의와 폭력에 대한 무기력한 순응을 강요하는 데
활용되어 온 가장 유명한 경구다.
(중략)
사람은 대개 오른손잡이다. 오른손은 '바른손'이며
고대사회에선 더욱 그랬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뺨을 때린다는 건 오른손으로 상대의 왼뺨을 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오른뺨을 때리면"이라고 했다.
손바닥이 아니라 손등으로 때렸다는 말이다.
손등으로 뺨을 때리는 행위는 당시 유다 사회에서
하찮은 상대를 모욕할 때 사용되곤 했다.
그렇게 모욕당한 사람들에게 예수는 '왼뺨도 갖다 대라'고
말한다. '나는 너와 다름없는 존엄한 인간이다. 자, 다시
제대로 떄려라'하고 조용히 외치라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고 순응하라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단호하게 저항하라, 불복종을 선언하라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끝내 용서하되, 먼저 분명히 분노해야 한다.
진정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 용서할 줄도 모르며,
진정 용서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 분노할 줄도 모른다.
분노와 용서는 실은 하나다.
-김규항, <예수전> 中 -
가장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예수라는 인류상 가장 곡해된
사나이의 삶을 더듬는 김규항의 '예수전'
혹, '이거 너무 아전인수 아냐? 예수가 막시스트도 아닌데.'
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를 대신해 변명하자면,
본래 예수는 자신만의 고유한 예수여야 한다. 모두가 다
'아전인수'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아전인수의 내용과
성격이, 탐욕과 이기로 점철된 한국교회의 그것보다 훨씬
건강한 것이라면. 음미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예수의 정신을 모두 망각하거나, 곡해한
한국교회는 바리새이아 인도 못되는 '순수한 사탄' 이다.)
이 책 보고, 예수에 빠져 스콜세지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과
파졸리니의 <마태복음>을 연달아 보았다. (둘 다 재밌다!)
역시 예수는 범접할 수 없는 '신'이기 보다, 고뇌하고 번민하며
그것을 넘어서는 '인격'일 때 더욱 존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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